이런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되냐는 질문과 상담 속에서 생활하는 나로서는 세상을 바라볼 때 법률가의 관점에서 다소 딱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직에 있다가 현재는 수감 상태로 고통받고 있는 그분을 생각할 때도 이러한 기준에서 평가하게 된다. SNS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받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주로 법적인 가치가 있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법률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난해부터 이제까지 진행된 일련의 검찰 수사와 탄핵, 특별검사의 수사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법치주의 회복과 질서의 재정립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는 정운호 게이트 또는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 온 국민을 놀라게 하였다. 변호사로서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민망할 정도였다. 돈이면 재판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전관예우라는 뿌리 깊은 법조계 부조리와 결합하여 고귀한 사법제도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엄정한 수사나 재판이 왜곡되면 일반 사람들은 나만 법을 지켜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지킬 만한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무의미해진다.
사법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위법행위를 감행할 수 있다.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온갖 꼼수를 다 생각하고 시도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는 모든 국민이 이를 존중하고 실천하며 이를 어긴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제재가 뒤따를 때 비로소 살아있는 생활 규범이 되고 국가 질서가 된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렇게까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철저하고 심도 있는 수사를 진행한 바가 없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 등 지나간 권력에 대한 정치적 수사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검사가 어떤 중요 인물에 대해 수사를 했었다는 과거 경력은 그 당시 현존하는 권력의 주문에 따른 수사 진행이었을 수도 있다.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상당한 부담과 외부 압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과연 어떤 배경으로 가능했을까? 언론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며 많은 국민이 이에 공감하며 수사 개시 및 그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했기 때문일까? 각계각층에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층의 영향력이 위축된 상태였기에 가능했을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정치검찰이라는 용어를 불식시키려고 작정한 검찰 내부의 의지가 작용했을까?
지금은 폐기되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 보이지 않는 손이 물가를 결정한다는 경제 이론을 배운 적이 있다. 이번 대통령 측근 및 대통령 본인을 향한 수사는 법이 살아 있고 그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 배경이라 나는 생각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새 질서라고 명명할 수 있다. 증거를 없애버리거나 조작해서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수사기관은 이러한 상황을 빙자하여 적당히 꼬리 부분만 수사해서 마무리하는 구태는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평소 법을 위반하지 않고 나 혼자 열심히 살고 있는 현실에서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를 생각하며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이루려는 염원이 이번 대통령 비리 사건 처리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신체 이상이 감지되고 그 원인을 찾아 처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잠시 고통을 수반할 수 있으나 반드시 거쳐야할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긴장과 고통이 정상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동시에 다루며 국민의 여론을 전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두 가지 집회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참석에서 그 참 의미를 생각해 본다. 자녀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제 대통령선거도 시작되었고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은 그녀들의 재판도 안방에 전달된다. 더 나은 가치를 창조하고 유지하려는 모든 국민이 노력,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