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폭포
/조운(曺雲)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劫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江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眞珠潭과 萬瀑洞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連珠八潭 함께 흘러
九龍淵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려느냐
한 방울의 이슬이 폭포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물로 변하는 만큼이나 지난한 꿈, 몇 생 몇 겁을 소멸하고 전생(轉生)해야 이루어질 절망적인 꿈이다. 그러나 꿈이야말로 인생의 필수품, 그 절망마저도 언어의 유희로 환치해 보는 시인이다. 금강, 물, 샘, 바다, 비로봉, 구슬구슬 등의 유음(流音)이, 점점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의미구조와 그것을 실어 나르는 4음보의 연속을 만나, 맑고 시원한 물결로 흘러넘치고 있다. 정형을 살짝 벗어난 사설시조의 자유로움이 우리말 구어체와 만나, 우리의 혀 위에서 이슬방울을 폭포수로 쏟아지게 할 뿐, 어디에 낡은 형식과 묵은 율격이 있는가. 같은 시인의 또 다른 시 ‘石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젖힌/ 이 가슴”을 만나고 보면, 그렇다, 일본에 하이꾸가 있다면 조선에는 시조가 있다! /서춘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