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중장년층의 눈높이를 맞쳐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이 눈높이를 낮춘다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중장년층은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고 퇴직 전 받았던 연봉수준에 대한 향수 때문에 눈높이를 쉽게 낮추지 못한다.
중장년층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구직 활동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할 경우에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정년 퇴직, 해고 등으로 실업을 할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이 1.78배 더 높았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서울시내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50대가 33%로 가장 높았다. 50대는 퇴직과 재취업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퇴직과 재취업의 어려움이 극단적인 선택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중장년층 스스로 기대 소득에 대한 기준치를 낮추어야 한다. 또한 일자리 목표 설정에 있어 직무전환, 창직, 사회적 일자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종종 중장년 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인생 2막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의 적성에 잘 맞고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소득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부자가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 관리를 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재직했었던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창업자도 스타강사로 많은 돈을 벌었던 강사들 중 지금은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지출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노후 생계유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지출관리라고 생각한다. 지출을 합리적으로만 관리해도 매월 필요한 소득 규모를 낮출 수 있다. 매월 필요한 소득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 돈때문에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자녀 교육비, 주거비, 외식비, 의료비, 경조사비 등 지출 항목들을 꼼꼼하게 분류하고 필수불가결한 지출 항목은 한도 금액을 정해놓고 나머지 부분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지출관리가 되면 나의 적성과 흥미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고려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돈 때문에 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중장년층은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막 벗어나 산업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분들이 많다. 먹고 사는게 중요했고 일을 한다는 의미는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일을 통한 자아실현, 일의 사회적 의미는 고사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대한 고려도 사치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 돈을 더 벌 수 있는 직업이 최고의 일자리로 선망을 받았다. 지금도 선호되는 직업들의 공통점은 기대소득 수준이 높은 직업들이란 점에서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중장년층은 돈을 벌어 가족 건사하며 사는데 급급해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고 살아왔다. 인생 2막은 달라져야 한다. 서양 사람들은 은퇴를 ‘Re+tire’, 즉 ‘타이어를 바꿔 끼다’라는 의미의 Retire로 생각한다. 은퇴라는 말에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있다. 인생 2막 새로운 출발을 할 때 돈 때문에 일의 의미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출관리만 잘해도 기대소득 수준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은 인생 2막 일과 삶의 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지름길이고 일을 통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