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도 지문이 있다
/지하선
유년의 허기진 기억을 비집고 들어서네
할머니 손맛 그윽한 쑥개떡
할머니 가슴으로 빚어내는 초록 달 이었네
아늑하니 살내음 고여 있는 탯줄의 고향이었네
손끝으로 더듬어가는 먼먼 날의 푸르고 은은한 향기
한 입 베어 물면 달빛 한 점씩 씹혔네
붉은 입술엔 달빛 지문 묻어나고
입속에선 지문이 부서지는 소리
할머니 한숨이 자정을 빠져나가고 있었네
아픔과 고통이 어둠을 통과 하며
내게로 전해지는 비릿한 DNA
주름진 그늘 사이사이로
할머니의 지문이 뭉개지도록
수없이 입맞춤하던 내 어린 입들도
나를 키운 향기로 자라갔네
유년의 고향은 누구나 얼굴과 같다,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 삼시세끼도 어려웠기에 간식은 더더군다나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할머니는 들판에 만발한 쑥을 뜯어 쑥개떡을 간식으로 자주 해주셨을 것이다. 주름진 할머님의 회상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성이 내는 소리와 같다. 쑥개떡이라는 말도 아련해진 옛날의 간식이 되었다. 시인은 쑥개떡을 무심코 입에 넣다가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을까. 아련한 할머니의 사랑이 봄날 향기로운 쑥향기 처럼 가슴으로 스며온다. 모든 기억들이 아름다운 봄이다. 완벽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는 사람은 잊혀 짐이 있기에 오늘과 내일의 꿈을 꿀 수 있다. 시대를 넘어 우리들의 할머님 기억이 시에서 울림으로 오는 까닭을 알겠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