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지만 많은 학교가 행사도 제대로 치르지 못 하고 그냥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제자가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조차 금지됐기 때문이다.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꽃을 달아주는 것은 허용했다지만 이에 위축된 교육계에서는 아예 기념식조차 없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을 비롯한 어떠한 선물도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학부모들에게까지 조용한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몇 년 전 찬조금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각급학교 운동회에 학교 정문을 걸어잠근 상태로 행사를 치른 기억에 교사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스승의 날 역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교사는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카네이션 한송이의 미풍양속도 이제 학교현장에서 사라지는 현실이다. 오히려 교사의 권위가 추락해 학생들로부터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15년 417건, 지난해 47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기간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도 각각 493건, 500건씩이다. 폭언 폭설은 물론 폭행도 수 십 건에 달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 ‘군사부일체’는 이제 옛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와 국가 모두의 책임이 크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꾸짖지도 못 한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키기 다반사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천직이라기보다는 그냥 직업인으로서 체념하며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교사가 존경받지 못 하는 사회가 된다면 미래가 암울하다. 교사의 신분보장과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새정부에서는 교사를 존중하는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는 연구를 해야 한다. 또 스승을 존경하는 운동도 연중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와 나라의 지도자가 존경받으려면 스승은 당연히 존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더 이상 쓸쓸한 날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