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뺨검둥오리
/송재학
그 새들은 흰 뺨이란 영혼을 가졌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에서 흰색까지 모두
이 늪지에선 흔하디흔한 맑음의 비유지만
또 흰색은 지느러미 달고 어디나 갸웃거리지
흰뺨검둥오리가 퍼들껑 물을 박차고 비상할 때
날개 소리는 내 몸속에서 먼저 들리네
검은 부리의 새떼로 늪은 지금 부화 중,
열 마리 스무 마리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오르면
날개의 눈부신 흰색만으로 늪은 홀가분해져서
장자를 읽지 않아도 새들은 십만 리쯤 치솟는다네
흰뺨검둥오리가 떠메고 가는 것이 이 늪을 포함해서
반쯤은 내 영혼이리라
지금 늪은 산산조각나기 위해 팽팽한 거울,
수면은 그 모든 것에 일일이 구겨지다가 반듯해지네
- 송재학 시집 ‘기억들’ 에서
흰뺨검둥오리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시가 된다. 이름 자체가 아름답고 정감이 가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가장 감성적인 부분은 흰뺨검둥오리가 ‘퍼들껑’ 물을 박차고 비상할 때 나는 모습을 담은 청각적 이미지이다. 이 ‘퍼들껑’ 이라는 의성어는 이 시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화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 언어라 할 수 있다. 검은 부리의 새때와 흰뺨검둥오리라는 대칭적 관계로써 어둠속에서 흰색을 찾는 하나의 영속적 영혼의 세계를 시로 표현했으며 어쩌면 이 시를 통하여 흰뺨검둥오리의 희고 맑은 영혼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