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 군용 헬기 조종사였던 피우진 전 중령이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되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로 임명한 것과 같은 파격적인 임명이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군 복무당시 유방암에 걸렸다가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부당한 강제 퇴역 처분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었다. 안정된 교사 생활도 마다하고 군인을 선택하여 남자들도 어렵다는 특전사 중대장과 헬기 조종사를 했던 그녀에게 병이 완치되었음에도 군대 생활을 그만두라는 것은 그녀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소리였을 것이다. 강제로 전역당한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단순히 군 내부의 문제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하여 여성 인권 전반의 향상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본인도 보훈대상인 피우진 전 중령의 임명에 기대를 하는 것이고, 그녀는 이에 화답하듯 보훈가족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따뜻한 보훈정책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따뜻한 보훈정책의 핵심은 바로 공평과 존중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보훈사업에 있어 공평함과 존중을 잃었다. 대한민국 국가 보훈사업의 핵심은 항일독립운동과 한국전쟁 및 베트남전쟁 참전 유공자에 대한 보훈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현대사에 있었던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여 고통받고 희생되었던 분들에 대한 유공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전임 박승춘 처장은 항일독립유공자와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에 대한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하였다. 자신의 보수적 신념을 보훈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 국가 보훈정책의 균형성을 상실했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으로 일제 강점하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현양사업은 축소되었다. 독립기념관의 주요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생존해 있는 항일독립운동가들과 후손들에 대한 지원과 현양 예산도 상당수 삭감하였다. 이러한 현실이니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사업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임명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전임 정부시절의 편향된 국가 보훈사업의 폐단을 청산하고 한국전쟁 희생자에 대한 보훈사업만이 아닌 항일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훈사업에 균형과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경기도에는 수많은 항일독립운동의 기여자와 기억의 장소들이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국가보훈처는 진정성을 갖고 경기도와 각 지자체와 협의하여 국가 보훈사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기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