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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부소산성 여행 1탄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숲에서 쏟아지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에 좋은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오늘은 숲의 싱그러움을 함께할 수 있는 부여 부소산성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이른 아침에 출발한 덕에 부여 부소산성에는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부소산성은 사비성이라고도 하며, 성왕 16년을 전후로 완성되었다. 성이 위치한 부소산의 이름을 따서 부소산성이라 부르는데, ‘부소’는 고대 백제어로 ‘소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부소산성 여행은 삼충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만 올라가면 삼충사를 만나게 된다.

삼충사는 말 그대로 세 분의 충신을 모신 사당이다. 세 분의 충신은 성충과 흥수 그리고 계백으로 마지막까지 백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다. 외삼문인 의열문과 내삼문인 충의문을 지나면 핵심공간인 사당이다. 사당에는 세 분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다. 세 분의 얼굴을 마주하고 잠시 묵념을 한다. 부여에서는 매년 삼충제를 지내 세 분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삼충사의 편액이 흥미로운데, ‘삼(三)’자 중 맨 아래 획을 제외하고 위에 있는 두 획이 하늘 쪽으로 바짝 붙어 있다. 이유는 정확치 않으나 세 분의 충신 중 두 분은 1품에 해당하는 ‘좌평’이고, 계백은 그보다 낮은 ‘달솔’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와 유사한 편액이 흥선대원군의 집, 운현궁 이로당에도 있다. 운현궁 이로당의 편액은 ‘이로당(二老堂)’의 ‘이(二)’가 하늘 쪽으로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다. 이는 하늘 같이 높은 두 노인, 즉 흥선대원군과 부대부인을 위한 건물이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시대는 서로 다르나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다.

삼충사를 지나 영일루로 발길을 돌린다. 영일루는 계룡산에서 솟아오르는 해맞이를 하던 곳인 영일대가 있었던 곳이다. 영일루 2층으로 올라가면 한 눈에 부여와 백마강이 내려다보인다. 한 마디로 이곳이 해맞이를 위한 장소였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진다.

영일루를 지나 조금 더 걷다보면 옛 왕자들의 산책로인 태자골 숲길을 만나다. 싱그러운 초록으로 둘러싸인 태자골 숲길은 굳이 백제의 왕자들이 아니더라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고 온 몸을 맡기게 된다.

이젠 군창지로 발길을 돌린다. 군창지는 안내판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넓은 잔디밭에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고 울타리를 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공원산책길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곳이다. 그러나 땅 속에 묻힌 지 125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백제시대와 조선시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시대는 흐르기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한 공존인지도 모르겠다.

군창지는 군량미를 보관하는 창고였거나 피난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선시대의 것으로 확인되는 불에 탄 곡식이 발견되었다. 곡식들이 불에 탄 이유는 나당연합군에게 군량미를 빼앗길 것을 염려한 백제군들이 군량미를 불에 태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ㅁ’자 모양으로 만든 대형 창고는 조선시대에 다시 세워진 건물로 이는 백제시대의 군창지터를 조선시대에 동일한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군창지 바로 옆에는 수혈주거지가 있다. 수혈주거지는 군인들의 움집터로, 아담하지만 현대적인 전시관으로 깔끔한 이미지다.

부소산성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시와 부여군, 익산시에 분포되어 있는 8개의 유적지로 부여에서는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부여 나성, 능산리고분 등이 함께 등재되었다.

부소산성은 백제 왕궁의 후원역할도 하면서 유사시에는 왕궁의 방어시설로써의 역할도 겸하였다. 부소산성을 거닐다보면 군사시설로서의 산성을 느끼기보다는 후원으로서의 산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싱그러운 초록 잎이 사라지기 전에 가족과 함께,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백제인들이 거닐었던 부소산성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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