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소된 지 36일 만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첫 재판을 받는 모습을 오늘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헌정사상 처음 탄핵 파면된 채 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 그리고 국민 모두 법 앞의 평등, 권력의 무상함, 자업자득 등 여러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구속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불과 두 달여 전까지 국가 원수였던 박 전 대통령의 기소 혐의는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것 등이다.
국민들은 앞으로 수갑을 찬 채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개정 후에는 ‘박근혜피고인’으로 불리는 모습을 자주 봐야 할 것 같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주 2~3회씩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마음 편하게 보기는 힘든 장면일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선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또 사실 이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예상한대로,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순실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검찰 측의 의견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이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서 더욱 그렇다.
첫 재판에는 지지자들의 큰 소란이나 시위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무죄주장이 강하면 강할수록 재판이 다시 국론분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재판이 시작된 만큼 진실이 최대한 법정에서 가려지도록 어느 쪽이 됐든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행위는 없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적 유 불리를 따져선 안 된다. 재판부가 오직 증거와 법리를 좇아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 재판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깨 버린 탓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박 전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 때처럼 승복하지 않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