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장년 경력설계관련 많은 분들을 상담한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준비 안된 상황에서 퇴직을 하신 분, 자녀 양육, 부모 봉양으로 쉽지 않은 인생을 보내고 계신 분 등 재취업을 빨리 해야 하는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상담자 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서두른다고 취업이 빨리 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취업을 빨리 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 취업컨설턴트로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중장년 재취업은 신입사원 취업보다 어렵다. 실제로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중인 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취업은 가장 안 되는 불행한 세대이다. 100개가 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지만 서류합격을 한번도 못한 학생들도 많다. 이에 중장년 분들의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 2가지를 당부한다. 쉽지 않은 도전인 만큼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째,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시 사회생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필자는 2015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난다. 필자가 기억하는 스토리는 70세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과 열정과 패기의 30세 CEO(앤 해서웨이)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벤은 자신만의 철학을 강요하거나 잔소리 하지 않고 젊은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쳐 소통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젊은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화학적으로 결합해 나가는 스토리가 인상 깊었다. 중장년 분들이 재취업을 했을 때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 혹은 동료와 근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의 잘 나가던 나를 생각하지 말고 신입사원이란 생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내 생각을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대접받으려 한다면 오래 직장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 분들의 공통점은 솔선수범이 생활화 되어 있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둘째, 서두르지 말고 좀더 긴 호흡을 하자.
중장년 분들이 재취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퇴직 후 연금수령시까지 소득 크레바스가 생긴다.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 크레바스란 무슨 뜻일까. 직장에서 구조조정, 명퇴 등으로 생각보다 빨리 퇴직한 중장년들이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의미한다. 삼성생명 은퇴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 소득 크레바스 시기에 은퇴 전 소득의 45%로 살아간다고 한다. 여기에 퇴직 후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점차 진행될수록 노후 생활수준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중장년 분들 중 특히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소득 단절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못 견뎌한다. 하지만 나는 서두르다가 시행착오를 겪고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시기에 시행착오로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오히려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간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정말 장기적·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의 소득을 위해 묻지마 취업을 한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잦은 이직과 전직은 새로운 경력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어쩜 중장년 재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년 분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장년 재취업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다.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고 전략적으로 재취업 준비를 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