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50년이 넘은 건축물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노력을 노무현 정부부터 실시하였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만든 조선시대 건축물만이 아닌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에 지은 건축물들도 귀중한 문화의 자산으로 평가하여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근대문화유산을 중요하게 판단하였고 이에 대한 보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였다. 우리나라가 꼭 서구의 문화유산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의도로 근대문화유산 정책을 수립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책의 시행으로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이 강화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최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인천 중구청이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일제강점기때 지어져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인 애경사를 기습 철거하였다. 중구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근대문화재에 준하는 근대 건축물인 중구 신흥동 조일양조장 건물과 신포동의 동양극장 건물 등을 철거해 주차장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문화재청은 이 애경사 건물의 근대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여러 차례 철거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였고, 인천 지역의 문화재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도 보존을 요구하였지만 중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거를 하고만 것이다. 개인들이 자신들의 소유물인 근대건축물을 훼손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정부 소유의 건축물을 없애는 것은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비단 인천시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경기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수원 화성 내에 있는 대한전선 창립자 설경동이 거처했던 100여년 가까이 되었던 한옥이 철거되었다. 50여칸에 이르는 한옥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문화교차기에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한옥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이 한옥을 주변의 교회가 매입하여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 건물은 당연히 수원시가 매입하여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했어야 했다. 이러한 일들이 자본의 논리로 인하여 경기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 보존을 외면하고 파괴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지금 근대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은 당장의 이익은 있겠지만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제라도 경기도와 경기지역 지자체들은 인천 중구청과 같은 잘못을 절대로 시행하지 않게 법적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고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