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으로 지지도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탄핵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한나라당의 경우 탄핵 철회에 대한 찬반양론이 경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오전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 탄핵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쪽과 지금이라도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설전을 벌였다.
최병렬 대표와 당 중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탄핵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피하려는 미봉책이라며 노골적인 인신비방성 발언을 쏟아냈다.
최 대표는 이날 "최근 탄핵으로 당이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당 목적은 총선 승리만이 아니다"며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지 이리저리 기웃거려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유한열 의원은 "공천심사위원장이란 중책까지 맡았던 김문수 의원이 당이 어렵다고 열흘도 참지못한 채 탄핵 철회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은 민의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점을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지도부를 성토했다. 전재희 의원은 "표심에 연연치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민의를 못 살핀 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귀기울이는게 원칙"이라며 탄핵철회론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탄핵 철회를 수용할 경우 그나마 있는 지지층마저 돌아설 것이란 조순형 대표의 완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탄핵철회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설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삭발식을 가진 뒤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이자, 국민의 뜻을 거스른 것으로 지금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설 의원은 그러면서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결한 193명의 의원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민주당 지도부도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이끈 노무현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의 이같은 탄핵철회 주장에 정범구 의원이 동조에 나섰고, 이낙연, 김성순 의원도 대통령 사과를 전제로 탄핵철회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탄핵철회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책임없는 정치인의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순형 대표는 "탄핵철회는 법에도 없는 절차"라며 "국회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심사숙고해 내린 결단에 대해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인 대의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핀잔했다. 조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철회하면 아직까지 민주당을 지켜주고 있는 지지층마저 민주당의 무책임성에 실망하고 등을 돌릴것"이라며 '탄핵철회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6일 조성준 의원이 당 지도부의 탄핵안 가결 주도에 항의하며 탈당한데 이어 이날 설 의원이 삭발단식에 들어감에 따라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에서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탄핵철회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어 정치권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