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국민통합을 모두가 부르짖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속은 아직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선거과정에서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기치로 적폐청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아직도 ‘분열’이라는 적폐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편이 갈린 끝에 결국 ‘촛불 민심’이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게 마련이다. 41%의 지지 속에 탄생한 정부는 59%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방안을 마련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꼭 30년 전인 1987년 6월 10일을 기억하자. 그때는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넥타이부대나 블루칼라, 스물의 청년부터 고희를 맞은 일흔의 원로까지.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이 최루탄과 물대포에 맞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하나가 됐다. 하나된 함성은 30년 가까운 군사 독재를 허물었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 그렇게 갈망하던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물 고문으로 숨진 대학생 박종철,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대학생 이한열, 부산에서 분신한 용접공 황보영국과 최루탄을 맞고 고가도로 아래로 떨어져 숨진 청년 이태춘 등의 고귀한 희생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뜨거운 용광로를 더욱 달궜다.
6월 항쟁 15주년을 맞은 2002년 6월 15일 본보는 고고의 성(呱呱之聲)을 울리며 세상에 태어났다. 때마침 한일월드컵이 열린 지 15일째 되는 날이었다. 얼마 전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져 맞섰던 광화문 광장 그 자리는 ‘붉은 악마’들의 태극기 물결이 뒤덮었다.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된 국민의 힘은 태극전사들에게 크나 큰 힘이 돼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원동력이 됐다. 15년 전의 그날과 현재의 그곳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 모두는 순수했던 마음으로 뭉쳤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뒤로 하고 이젠 ‘공정하고 정의롭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때다. 말로만 외치는 국민통합으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없다.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경험했던 30년 전 6월 항쟁의 정신과 15년 전 5천만 ‘붉은 물결’이 하나된 함성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그동안의 갈등을 씻어버리자. 국가 장래를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자. ‘공평한 기회, 투명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의 공정한 사회는 국민의 진정한 통합을 기반으로 할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준구 대기자 lp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