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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김선우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시집 ‘녹턴’

 

 

 

저마다 잘났다고 아우성인 세상에서 이렇게 하찮은 것을 옹호하는 시라니! 존재의 무화까지 느껴지는 이 시를 읽으며 나 또한 가벼워지는 영혼을 입은 나비 같다. 시인의 눈이 바람이나 봄꽃과 먼지, 물방울, 나비 같은 하찮은 곳에 머물 때 비로소 얻어지는 이러한 시는 치열한 수행 끝에 던지는 선시처럼 명쾌하고 의미심장하다. 바람에게도 옹이가 있었던가? 바람은 몇 천 년을 건듯 불어야 옹이를 앉힐 수 있는가? 몸이 영혼이 되려면,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려면, 드디어 하찮아지려면 몇 개의 옹이를 품어야 하는지. 그러므로 바람이나 봄꽃이나 먼지 등에게 옹이와 같은 무게와 힘이 덧입혀지는 것은 착각일까?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근사해지기까지 시인은 얼마나 많은 무게를 덜어내야 했는지….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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