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창밖에 비 오는데
처마처럼 눈꺼풀이 젖네
창밖의 목련이
무슨 말 하려는 듯
입술을 떨고 있어
창문을 열고
그님의 목소리인양
젖은 바람을 마셔 보네
빗물에 젖은 그리움이
허파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온 가슴을 채우네
땅 위의 꽃잎처럼
창 안의 마음도 젖고 마네.
세상의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것 같은 계절 지금은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다. 지금은 얼굴도 희미해진 누군가가 무작정 그리워지기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기도 하는 계절이다.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마저 누군가의 눈물방울로 흔들리는 것 같아 우리의 ‘눈꺼풀이 젖’을지 모른다. ‘창밖의 목련’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시인의 섬세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간의 풍경이 뭉클하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다 읽을 수는 없지만 각자의 언어로 들려주고 들어줄 수가 있는 그림들이 펼쳐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