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길고 좁다란 땅을 가진 옆집에서 길고 좁다란 닭 울음소리가 건너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이 젖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을 꽃피우고 싶어졌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 속에서 길고 좁다란 뱀을 꺼냈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에게 길고 좁다란 뱀을 먹였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을 가진 닭 울음소리가 그쳤습니다 비 오는 북쪽이 닭 울음소리를 훔쳤겠지요, 길고 좁다란 형용사만 그대 곁에 남았겠지요
비 개어 청보라 빛 산수국 한 그루 피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산수국 피는 남쪽이고 싶었습니다
‘길고 좁다란’ 형용사를 남길 수밖에 없는 화자의 슬픔의 근원은 북쪽과 남쪽이라는 공간에 떨어져 있는 나와 그대의 거리이며 부재의 공간인 듯하다. 비 오는 북쪽이 그대와 나라는 사이를 가른다 해도, 그것이 설령 죽음일지라도. 늘 ‘청보라 빛 산수국’이 피는 영원한 ‘남쪽이고 싶’다는 간절한 심연의 공간을 타전하고 있다. 그리움은 결국 어떤 거리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생생함이 다하는 좋은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