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대학 입학이나 취업을 알선해 올 경우 받아들이겠습니까?”
이 질문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한국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청소년 청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절반 이상(55%)이 “부정한 입학이나 취업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도 성인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청소년기는 가치관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형성된 가치관은 그 사람의 평생 가치관으로 굳어진다. 잘못된 가치관은 문제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다음의 기사가 그 예이다.
“다리, 허리 등 자신의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감상평을 주고받는 이른바 ‘몸매품평 놀이’가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이다. 아이들은 신체 사진을 SNS에 올림으로써 타인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2015년 4월5일자 김치중 의학전문기자의 기사)에 실린 이 기사는 외모를 통해 자아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 하고, 자신의 신체를 상품처럼 여기는 왜곡된 가치관이 문제 행동을 낳고 있는 사례다. 청소년들에게 이런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식 탓이 크게 작용한다. 외모를 과도하게 추앙하고, 신체를 상품화하는 사회적 문화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가치관을 가르치는 일이 좋은 성품을 길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부모와 교사들은 이 사실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영숙, 2005)이다. 가치관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더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고의 폭이 넓어져 좋은 성품이 계발된다.
아무리 미디어의 영향이 큰 시대라도 아이들은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타인인 부모와 교사가 가진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와 교사가 신경써서 좋은 가치관을 가르치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가치관은 조금씩 변한다.
구체적으로 좋은 가치관을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청소년기 자녀가 부모나 교사를 좋아하게 만들자.
청소년 자녀들이 부모나 교사와 동일한 가치관을 갖기를 바란다면, 우선 부모나 교사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배우려 하는 성향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가치관을 가르치려면 부모와 자녀 간의 라포(Rappot, 친밀한 관계 혹은 마음의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 TV 드라마, 영화, 뉴스를 통해 좋은 가치관을 가르치자.
청소년들은 진지하게 가르치기가 매우 어려운 상대다. 진지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여기 앉아보렴” 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가치관에 대해 논의해볼 만한 주제를 찾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저 주인공이 승진하기 위해서 동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구나. 네가 저 상황이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같은 질문으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때 부모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대화가 익숙해지면 자녀가 학교와 집에서 직접 경험하는 가치관의 갈등 상황 속에서 주제를 찾아 대화하는 것도 좋다. 자녀가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좋은 가치관으로 변화시키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셋째, 좋은 가치관을 삶으로 보여주자.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앞에서 말하는 부모의 좋은 말보다 묵묵히 좋은 가치관을 삶으로 보여주는 부모의 모델링을 통해 내 자녀의 가치관이 좋은 삶으로 표현된다. 약속 지키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 내밀기, 거짓말하지 않기,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겁게 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부모의 좋은 모습들은 자녀에게 좋은 가치관을 키워주주는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