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은 지 107년이 되는 날이다. 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제로부터 국권을 강탈당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각급학교 학생들은 더 그렇다. 우리는 광복절과 한글날 등 공휴일만을 기억할 게 아니라 국치일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중학교 시절 3월 1일에는 등교했다. 공휴일이었지만 학교에 나와 기념식을 꼭 해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지론 때문이었다. 그땐 교장 선생님이 미웠지만 지금은 그 분의 깊은 뜻과 생각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국치일이 치욕스런 날이라고 해서 결코 수치스럽다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왜 그로부터 36년간 수모의 생활을 견디어 왔는지, 당시 2천만 선조들의 서러움과 고통이 어떠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술국치 9년 뒤 태극기를 휘두르며 목숨을 바친 기미독립운동을 통해 광복의 기반을 조성했던 3.1절을 기억하듯이 이 날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록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국치일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도록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동 임청각(臨淸閣)의 원형 복원을 약속했다. 휴가차 안동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도 안동 임청각(臨淸閣)을 방문해 원형 복원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문 대통령의 약속을 재차 확인해 주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임청각은 1910년대 만주로 망명한 석주 이상룡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인에게 팔았다가 고성 이씨 문중이 모금을 통해 가까스로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등 영욕이 펼쳐진 역사의 현장이다. 석주 선생은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기자 “한순간도 오랑캐(일본인) 땅에서 살 수 없다”며 식솔을 이끌고 이듬해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 간부 양성 등 활동을 벌이다가 19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일제 강점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임청각을 복원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역사적 의미 때문이다. 1910년 8월 29일 일본제국주의는 한·일병합 칙령을 공포하고 대한제국을 병탄했다. 일본이 강점기에 우리에게 가한 억압과 수탈의 역사는 한민족의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아직 가슴 깊이 남아 있다.
가장 악랄한 식민 통치를 일삼았지만 아직도 일본은 강점의 그 불법성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를 잊는다면 우리에게는 또다른 국치일이 다가올지도 모르기에 반드시 이 날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