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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김상미

시는 시인의 가슴을 파먹고

시인은 시의 심장을 파먹고

부자는 가난한 자들의 노동을 파먹고

가난한 자는 부자들의 동정을 파먹고

삶은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의 숨결을 파먹고

태양은 쉼 없이 매일매일 자라나는 희망을 파먹고

희망은 너무 많이 불어터져버린 일회용 푸른 풍선 같은

하늘을 파먹고

-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공생이란 진화생물학자 마귤리스(Margulis)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밀하고 지속적인 연합’이라 정의했지만 우리 인간사회에서의 공생은 어쩌면 개미와 진딧물처럼 서로에게 이로운 상리공생을 넘어 한쪽에게만 이익이 되는 편리공생이나 서로에게 해로운 편해 공생 등 다양한 형태의 복잡한 관계로 귀결되리라. 그러므로 시가 시인의 가슴을, 시인이 시의 심장을 파먹거나 부자와 빈자는 서로 노동과 동정을, 삶은 태양의 숨결, 태양은 희망, 희망은 하늘을 파먹으니 어쩌면 시적 화자가 말하고자 함은 이 모두가 인드라망 그물에 얽힌 사사 무애 법계(事事無碍法界)의 우주관 아니던가. 그러나 시 속에 드러난 이들의 공생은 얼마나 슬픈 역설의 얽힘인가. ‘파먹는다’는 동사가 함의하는 불가분의 현실적 상황은 파먹고 먹힘으로써 존재하는 모든 관계의 절망을 내포하고 있으니! 오늘도 시의 심장을 파먹는 시인이여, 심장을 파먹히는 시인이여.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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