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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문수골 왕별

 

문수골 왕별

/정영희



저녁은 벽이다

인적을 밀어낸 어둠이 세상을 덮고

길이 없다

어둠 저편 외눈박이 불빛 한 채

눈 밝은 발이 없어 갈 수 없다

산이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으로

허공에 뿔을 묻고

낯선 얼굴로 내려다본다

천둥 치는 계곡물소리 훤한 물길만,

길이 뜬다

누가 나를 앞세우고 가만히 스민다

올려다보니 유년의 왕별!

- 시집 ‘바다로 가는 유모차’

 

 

 

별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언제였던가, 총총 별이 빛나는 밤하늘 우러른 때가! 문명의 빛에게 빼앗긴 별은 우리 40·50대 이전 세대에겐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가슴을 앓고, 알퐁스 도테의 ‘별’을 읽으며 맑은 설렘으로 잠을 설치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선 요동치는 욕망의 발현으로 뻐근했고,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다이얼을 고정시키고 별밤지기들의 촉촉이 젖어드는 음성과 음악에 심취했던, 그 소중한 추억들은 다 어딜 갔을까. 시인은 지리산 문수골에서 첩첩 어둠을 만난다. 문수골 계곡의 물소리만이 길을 내는 어둠은 이 시대의 꽉 막힌 앞날처럼 벽으로 존재한다. 그 때 길을 내는 왕별! 그 막막한 어둠 속에서 시인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더구나 유년을 호명하는 쏟아질 듯한 왕별과의 조우는 어둠을 뚫는 강렬한 어떤 영적 신성을 느끼게 한다. 어둠이 있으므로 별이 뜨는 아이러니, 그러므로 별은 꿈의 영역을 넘어 영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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