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보내준 동해안 대종천에서 산란한다는 ‘큰가시고기’에 대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큰가시고기, 지구상 어종 중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워내는 유일한 어종이다. 큰가시고기 수컷은 4시간에 걸친 둥지 공사를 끝내고 배가 불룩한 암컷을 맞이한다. 암컷은 둥지 속으로 들어가 바로 산란한다. 산란 후에는 진이 빠져 이내 죽고, 수컷 홀로 알을 돌보아야 한다.
수컷은 알 도둑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초로 위장막을 친 후 알 부화를 위해 부채질을 시작한다. 알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점액질도 분비한다. 알을 훔치러 온 적을 밤낮으로 물리쳐서 알을 지켜낸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수컷은 부화가 모두 끝나면 생을 마감하고, 주검은 갓 태어난 치어들의 먹이가 된다.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새끼들을 위해 내놓는 것이다. 아비의 지킴과 헌신으로 태어난 치어들은 곧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2~3년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또다시 뜨거운 부성애로 자신의 새끼들을 키워내는 순환을 하게 된다.
큰가시고기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종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종족을 이어가고 있고, 대개는 처절한 부모의 희생아래 이루어진다.
인간의 경우에도 결혼하고, 자식을 출산해서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과거 어려운 시기인 50~60년대의 우리나라 부모들은 희생과 노고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만난을 극복한 부모들이 어려움을 넘기고 살만 하면 생을 하직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훨씬 잘사는 국가가 되었다. 60년대 말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2016년 2만7천 달러로 성장한 것이다. 의식주가 풍족해지고 소비수준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현재 행복지수는 OECD 35개국 중 32위에 그치고 있고, 인구증가율도 지난해 0.4%로 해방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어려웠던 60년대의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2~3%였다.
우리의 생명이 이어지고, 민족의 번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2세 출산이 저하되는 데는 취업과 주택 마련이 어려워 결혼할 여건이 안되고, 결혼했다 하더라도 육아 및 사교육비 부담이 커서 아이를 키우는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혼과 육아 비용이 과거와 비교하여 대폭 상승하였고,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젊은세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문제 해결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선 일자리 확대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여 청년실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차료를 낮추어서 경제적인 이유가 결혼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출산과 육아가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의식아래 직장문화를 바꾸고, 아동수당, 육아휴직 및 보육서비스를 충분히 보장하여야 한다. 경쟁지상주의의 교육제도도 개선하여 사교육비 부담도 대폭 줄여야 한다.
케인즈는 ‘소비성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만 자본성장에 유리하다’고 일찍이 말한 바 있다. 일자리 확대, 가계소득증대, 육아지원 등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세금을 값지게 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장년세대의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행복해지면 출산도 늘 것이고, 국가의 성장잠재력도 커지며, 결국은 자본과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한 공동체라는 마음으로 나누고 협조하여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얻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