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은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15분만에 싱겁게 끝났지만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중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노 대통령의 출석을 비롯, 광범위한 증거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재판부의 기일지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총선 이후로 기일 연기신청을 내기로 함에 따라 신속한 재판진행에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더욱이 소추위원측은 헌재가 2차 기일을 예정대로 내달 2일 진행할 경우 소추위원인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불출석할 수도 있다고 언급, 탄핵심판 사건 심리가 당사자인 대통령과 소추위원 모두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후 초미의 관심사는 헌재 결정이 언제, 어떤 결과로 나올까 하는 것이지만 일단 지금까지 심리과정으로 볼 때 4.15 총선 전에 최종결론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심리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 대통령의 출석 여부와 소추위원측의 증거조사 부분.
집중심리로 변론을 최소화하자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방침과 달리 소추위원측에서는 노 대통령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데다 상황에 따라 세 가지 탄핵사유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조사 신청까지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추위원측의 이러한 요구와 신청에 대해 헌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는 향후 심리기간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첫 변론기일에서 세간의 예상보다 앞당겨 2차 기일을 잡았고 이날 증거조사 신청도 일괄적으로 받겠다는 방침을 밝혀 일단 조속히 심리를 마무리짓고 재판도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는 피력한 상태다.
노 대통령 출석부분의 경우 대통령이 일단 불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인 만큼 별다른 상황변동이 없는 한 노 대통령 스스로 출석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소추위원측은 대통령이 2차 기일에도 불참할 경우 신문신청을 내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신청이 들어온 즉시 신청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헌재의 사전 입장정리가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소추위원측이 검토 중인 세 가지 탄핵사유 각각에 대한 증인 소환 및 사실조회 등 증거신청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지휘권을 행사하는 헌재가 헌재 외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의지와 묘안으로 신속한 심리를 진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헌재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세 가지 탄핵사유중 선거법 위반은 새로운 사실의 규명보다는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에 기초해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한 측면이 있고, 경제파탄 부분은 탄핵사유로서의 요건을 못갖췄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헌재가 무한정 증거조사를 받아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측근비리 부분은 연루자도 많고 검찰과 특검에서 진행된 수사자료도 방대하지만 아직까지 노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어 역시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다만 소추위원측 신청과는 별개로 헌재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사실조회 등을 실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소추위원이 개인 선거운동 등을 이유로 불참할 경우 탄핵심판의 당사자인 대통령과 소추위원이 모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될 공산이 커 국민적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신청도 없는 상태에서 먼저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헌재의 말처럼 향후 심리의 윤곽은 대통령 출석이나 증거조사 문제가 공식화되는 2차 기일 이후에나 명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