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 깊숙하게 내재된 분노감, 공포심, 불안감 등 심리적으로 억압된 감정을 치유하지 못한 채 일부는 똑같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아들 역시 자기의 자식들을 학대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아주 좋지 않은 대물림을 하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사람의 일생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범죄행위다.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다. 학교 내에서 왕따나 구타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견디지 못해 인생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6월에도 울산시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을 택했다. 이전에도 자살 시도를 했던 이군은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학교폭력대책위원회도 동급생끼리의 흔한 ‘장난’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군은 결국 죽어서야 고통을 벗어났다. 지난 8월 전주에서도 여중생이 일부 학생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학생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SNS 등으로 험담하고 집단위협과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은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가 없었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학교폭력은 2013년 이후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천928명이던 도내 피해 학생 수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5천342명, 5천131명으로 늘었다. 가해학생수도 2013년에 3천465명이었으나 2015년엔 4천19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초등학생 가해학생 수가 2013년 352명에서 2015년 659명으로 늘었다는 부분이다.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다.
연구원은 또 도내 학교폭력은 교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70%)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학교 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이 문제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폭력에 초기 대응하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전문성이 없는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마다 서로 다른 조치가 내려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전문가로 구성된 제3의 기구를 만들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재심을 일괄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할 실질적 정책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