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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새*

/조규남

모래 속에서 새 울음소리가 난다
비닐봉지 구겨지는 소리로 흐느낀다
지표에 내려앉은 충격 겹겹 주름으로 포개놓은 새
물의 날개로 날아와 시냇가 모퉁이 차지하고 있다

목새라 했지!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말
대대로 유전되다가
아무도 모르게 이지러진 말
주워 담으려면 주르르 흘러버린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 서걱 거린다

목새라 일러줘도
무슨 나무에서 사는 새냐 되물으며
낯설어 하는, 피가 식어버린 말이
어리둥절 섬을 만들어 놓고 외로움 토해낸다
발가락 사이 파고들며 꼼지락 꼼지락 운다
사막의 기억이 뜨겁다

*목새: 물결에 밀리어 한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

- 열린시학 ‘2015년여름호’

 

 

 

아, 모래도 물결이 달아준 날개로 새가 되는구나. 발목 다친 새, 한 곳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새. 이 시를 읽으니 우리 조상들의 남다른 언어감각과 사물에 대한 명명법에 또 한 번 무릎을 치게 된다. 휘도는 물굽이의 목을 지키는 새라는 의미인가? 어쨌거나 화자는 이 낯선 단어가 주는 생경함을 질료로 새로운 종의 새 한 마리를 낳고 있다. 까마득히 잊혀진 말에 시의 숨결을 불어넣으니 탄생하는 새, 사라진 말들이 지닌 함축적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는 새. 그 새가 시인의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며 꼼지락 꼼지락 운다니 어리둥절 섬을 만들어 놓고 외로움을 토해낸다니 시인의 오감이 참으로 신선해서 이 여름 나도 어느 강가에서 발가락 사이에 목새 울음소리를 한참 가두고 싶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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