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정재호
아늑했던 느티나무 그늘
안개로 피어오르고
아스라한 추억 위로 달려가는
귀성열차
스치는 풍물들 새롭게 변모하고 있어
낯설어라.
옛 모습 더듬어 찾아 봐도
잠자리 어지러이 날던
빈 들판
어디로 갈 바 몰라 하느적거리는
가을바람.
- 정재호 시집 ‘외기러기의 고해’ 중에서
세대가 한 번씩 바뀌면 세상도 한껏 바뀐다. 미래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인생의 중요한 마당이 되지만, 미래가 별로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지난 과거가 중요한 시간이 된다. 이제는 꿈꿀 의미가 별로 없는 것이다. 가을의 분위기조차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해간다. 잠자리 날던 빈 들판과 허공을 헤매던 가을바람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빽빽하게 들어서는 아파트촌과 건설현장들이 고속도로 주변을 메운다. 모든 것들이 낯설어지고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