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권자미
쳐다보고 있으면 따스한 집이 있다
찌그러진 냄비라든가, 신발짝, 옷가지, 참치깡통,
냉장고, 헌 가구라든가, 책, 우산 그 밖 자질구레한 세간들
숟가락 하나 버리고 간 것이라곤 없어
세 살다 간 집은 다 그렇다
단촐히 떠나고 당그랗게 남은 자리
무사한가 기별은 하겠지
젊은 제비부부와
분주하게 부등깃질하던 그의 식솔들
그렇다면, 당신
기어이 돌아올 사람이겠지
‘외출 중’ 메모지 쓸쓸한 쪽으로 붙이고
비워둘 것이다
조금 더 비워둘 것이다
삶이란 통째로 세 들어 사는 것, 그러다가 비우고 가면 빈집인 것을, 온 식구 데리고 밤 도망한 젊은 부부의 빈집처럼, 진흙이나 볏짚 마른 풀잎 물어다 처마 끝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집, 노란 주둥이들 꽃처럼 시끄럽던 빈집.그런 집을 ‘쳐다보고 있으면 따스한 집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삶은 계속될 것이며 그래야한다는 눈 붉은 믿음이 있는 것이다. 정말 기어이 돌아오고 말 사람일까? 아니면 빈집같이 떠난 그 어떤 사람일까?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