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번째 국정감사가 어제 끝났다. 오늘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은 뒤 예산안 심사를 벌이게 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예년과 다름 없었다. 정책과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 막말과 호통치기, 무더기 자료신청과 증인채택 같은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시민단체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밤샘 국감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 터에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국감을 일찍 종료한 사례는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교문위의 경우 36개 기관 감사를 하루만에 끝냈다고 한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한 때 국감을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과 여당의 공방은 정회를 거듭했다. 정책감사는커녕 당리당략을 앞세운 싸움에만 골몰한 느낌이다. 언제나 이 풍경이 달라질지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유신헌법에서 폐지됐다가 1987년 개헌 때 부활한 국회 국정감사는 외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제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년 국정감사무용론이 대두되는 것을 국회는 반성해야 한다. 20일의 기간 동안 700여 개 피감기관을 봐야 하는 것도 문제다. 시도에 상설감사장이 있듯이 연중 상시 국감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오늘부터 시작될 예산안 심의는 더욱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은 예산안의 원활한 심사와 원안 통과를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429조 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놓고 야당은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공격할 태세다. 성남시의 고교생 무상교복이 의회에서 무산된 것처럼 정부예산안의 대폭 ‘칼질’이 예고되고 있다. 입법전쟁 또한 그렇다. 산적한 법률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계류 중인 법률안만 7천500여 건이다. 게다가 세법 개정안과 방송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은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남은 정기국회만이라도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과 정책을 중심으로 임해야 한다. 민생문제 해결과 우리 정부의 재정, 그리고 근로자의 삶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심의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말했듯이 금쪽같은 11월에 국민을 섬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회는 국감에서 국민들의 많은 지탄을 받았다. 남은 예산안과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법적기일을 넘기는 예산안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