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불꽃
/이승훈
저 가을 햇살이 세계를 지탱한다
손님 없는 카페가 세계를 지탱한다
낙엽 하나가 세계를 지탱한다
한 조각 그리움이 세게를 지탱한다
바람 부는 가을
따뜻한 미소가 세계를 지탱한다
- 이승훈 ‘너라는 햇빛’ / 창작과 비평
존재이며 동시에 비존재인 타자성, ‘이것 그리고 저것’ 또는 ‘이것이 저것’인 세계를 그리는 시인의 사유가 아름답다. 햇살이 카페 안쪽 깊숙이 파고드는 어느 가을 날, 손님 없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을 듯한 풍경의 순간성. 순간을 지탱한다는 것은 영원을 지탱한다는 것이다. 가을 오후의 정경이 그려지는 이 풍경을 시인은 ‘불꽃’이라 부른다. 깨질 듯 쩡쩡한 가을 햇살과 낙엽 한 장에서 느껴지는 세계를 지탱하는 힘이 눈부시게 경이롭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