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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내려놓고 거룩한 시간 속으로

경기도 테마여행-화성 남양성모성지·용주사

 

 

한국 최초·유일 성모마리아 순례성지
3.5m 성모상 등 곳곳 다양한 동상 있어
초 봉헌·성체조배 등 순례 참여 가능

사도세자 넋 위로하기 위해 정조가 지어
김홍도가 그린 ‘부모은중경’, 절의 상징
200살 회양나무·범종 등 ‘볼거리 풍성’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계절, 거룩한 장소를 찾아 풍경을 감상하며 차분한 마음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숨가쁜 현실 속에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도 몸도 편히 쉬다 올 수 있는 곳. 가을을 완연하게 느끼며 힐링 할 수 있는 성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화성 8경으로도 지정된 화성시의 종교지 두 곳을 소개한다.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남양성모성지(南陽聖母聖地)’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성모마리아의 순례성지다.

과거 남양 지역은 신앙 활동이 자유로웠던 중국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일찍부터 천주교가 전파된 곳이었다.

삼정문란 등 정부 관리들의 극심한 부정부패와 백성들의 민란 등으로 피폐했던 조선 말기, 천주교는 백성들에게 ‘종교’ 차원을 넘어 가장 믿음직하고 심신의 평화를 주는 존재였다.

 


1866년 병인박해 때 1만 명에 이르는 천주교인이 희생됐고, 남양 지역에서도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당시 목숨을 잃었던 무명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순교성지로 1991년 이곳을 성모성지로 공식 선포했다.

성지 곳곳에는 다양하고 친근한 모습을 한 성모상들이 놓여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3.5m의 성모상을 비롯해 예수 동상, 과달루페 성모상, 성 요셉상, 비오 신부상 등 여러 동상과 약 1km의 20단 묵주기도의 길, 십자가의 길이 숲속 산책로처럼 이어졌다.

 


초 봉헌실과 성체조성실도 조성돼 있고, 전체적으로 커다란 소나무와 동산들이 감싸듯 둘러싸고 있어 마치 성모마리아의 품 안에 든 것처럼 아늑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남양성모성지는 천주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다.

화성시는 남양성모성지를 화성 8경 중 하나로 지정해 홍보하고 있을 만큼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신도의 순례지는 물론 시민들의 휴식장소로도 알맞은 장소다.

국내 유일·최초의 순례성지답게 남양성모성지에선 순례 활동도 참여할 수 있다.

오전 10시 신부와 함께 초를 봉헌한 후 묵주알을 따라 묵주의 기도를 올린다. 이어 미사를 진행한 후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다가 ‘자비로우신 예수님 동산’에서 자비의 5단 기도를 한다. 다음으로 성모상과 요셉상 앞에서 기도를 마치고 오후 4시 성체조배를 끝으로 순례는 마무리된다.

 


촛불 앞에 서면 누구나 경건한 마음이 되듯 초 봉헌실을 찾는 것도 좋다. 촛불의 은은한 빛이 성모 앞에 선 순례자들을 좀 더 깊은 기도와 봉헌에로 인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남양성모성지는 성지 초입에 작고 예쁜 통나무 집을 지어 순례자들이 성모 발 아래 촛불을 봉헌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초 봉헌실은 특별히 신비로운 장미 성모에게 봉헌했는데, 이는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성모께 기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성모님, 저는 기도할 줄 모릅니다. 이 초를 성모님께 바칩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을 위해 빌어 주소서’라는 문장을 적어 놓음으로써 순례자들이 가족들을 향한 사랑과 기도의 지향을 담아 성모에게 촛불을 봉헌하도록 했다.

남양성모성지의 이색적 모습은 연중 행사를 연다는 점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고해성사 시간이 있음을 포함해, 11월에는 수험생을 위한 9일 기도(수능시험 전 9일간) 시간이 마련된다. 아울러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 ▲과달루페 성모님 축일(12월 12일) ▲예수 탄생 대축일(12월 25일) ▲송년 미사(12월 31일) 등이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박해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교회가 창설된 이래로 100여 년 동안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등 많은 박해가 있었다.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해 신성하고 참된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화성시 송산동에 위치한 사찰 ‘용주사’를 둘러볼 수도 있다.

용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로, 854년(문성왕 16)에 창건해 952년(광종 3)에 소실된 갈양사(葛陽寺)의 옛터에 창건된 사찰이다.

이 역시 화성 8경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조선 정조가 아버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크게 다시 짓고(1790) 원찰로 삼아 구석구석에 효심이 어려 있다는 설명이다.

예술적 안목이 뛰어난 정조는 ‘우리나라 근세의 신필’이라 일컫는 당대의 화원 김홍도를 이곳에 머물게 했다.

김홍도는 정조가 하사한 ‘부모은중경’을 그림으로 그렸으며, 이를 목판에 새겨 오늘날까지 용주사의 상징으로 남았다.

김홍도의 감독 하에 조성된 대웅전 후불탱화는 우리나라 최초로 탱화에 서양화기법(일명 태서법이라 함)을 도입한 예가 됐다. 대웅전 뒤 시방칠등각 내벽에도 3폭의 불화가 있는데, 그 중 가운데 것이 김홍도의 친필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 후기의 문화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왕궁의 법도가 영향을 줬는지 용주사는 특별하고 진기한 사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사천왕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궁궐의 대문처럼 보이는 삼문각이 놓여 있고, 그 양 옆으론 마치 사대붓집 행랑채와 같은 건물이 길게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행랑채 왼쪽 옆으로는 정조가 심었다는 회양나무가 수령 200여 년을 자랑하며 푸르게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64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초기 범종으로 우리나라 범종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용주사 범종(국보 제120호)도 볼거리 중 하나다.

깊어가는 가을 형형색색 자연이 만든 풍경이 장관을 보고싶다면 용주사를 찾아 자연의 소리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이연우기자 27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