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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이치를 아는 고기라 해서 천지어(天知魚)라 불렸던 조기(助氣). 또 다른 이름 역시 조기(朝氣)다. 하늘의 기운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그만큼 맛의 으뜸인 조기를 귀하게 여겼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물을 좇아오는 고기라 해서 추수어(追水魚)로 적고 있으며, 조선 정조 때 학자인 황윤석의 어원연구서인 화음방언자의해(華音方言字義解)에는 종어(宗魚)로 표기돼 있다. 종어란 물고기 중 가장 으뜸이라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이의봉이 쓴 고금석란에는 석수어(石首魚)라고 했다. 참조기의 머리에는 뼈가 변하여 돌처럼 단단한 것이 붙어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기는 자기들끼리 이 석수를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라 알려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형태인 이 석수는 조기의 상징으로 부새와 구분하는 기준도 된다.

조기는 제주 서남쪽과 중국 상하이 동쪽에서 월동하고 2월 추자도를 지나 3~4월 영광 법성포의 칠산 바다, 5월 연평도, 6월 평북 대화도 근처까지 이동한다. 이 중 곡우(4월20일) 전후에 칠산 바다와 연평도에서 잡은 알배기 참조기를 말린 게 최상품이다. 특히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것을 제일로 쳤다. 알이 꽉 찬 이 같은 참조기를 잡아 해풍에 통째로 말린 것이 그 유명한 영광굴비다. ‘곡우살 조기’ ‘오사리 조기’를 말린 특상품, ‘곡우살 굴비’ ‘오가재비 굴비’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바다에 참조기가 귀해져 볼 수가 없고 대부분 타지에서 잡은 조기가 영광(榮光)을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법성포에서는 참조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추자도 등 남쪽에서 가져와 이곳에서 말린다. 조기들의 움직임도 달라져서 추자도 위로 북상하는 양이 확 줄었다. 추자도 남획설과 조기떼의 생존본능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신 제주와 목포가 참조기 주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전남 서남해안 어민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조기 풍어에 희희낙락이라고 한다. 제주의 사정도 비슷하다. 덕분에 황금빛 참조기로 뒤덮인 위판장마다 활기가 넘고 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특별한 날 상에 오르던 진객의 등장이 반갑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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