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각 지방정부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으로서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일명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리는데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는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하며 수분,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킨다. 치료약도 없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전국으로 확산돼 매년 피해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확산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이미 제주도까지 번진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역은 114개 시·군에 달한다. 소나무 재선충에 의한 피해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2005년 5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까지 제정했다. 이후 선제적 방제 등으로 2007년부터 피해 면적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확산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멸종의 운명을 맞게 된다. 경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서는 2006년 광주, 남양주, 포천에서 처음 발생한 뒤 급속히 확산돼 평택, 연천, 가평, 양주, 동두천, 여주, 파주, 용인, 이천, 하남, 의왕, 안성, 양평, 성남 등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수원과 인접한 화성 봉담읍 상기리 일대 야산에서 감염이 확인됨으로써 도내 재선충병 발병 시·군은 18곳으로 늘어났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발생지역 감염목은 즉시 모두 베어낸 후 소각·파쇄한다. 올해 경기도 15개 시·군에서 소나무류 재선충병이 발병, 모두 9천346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보다 절반이하로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의왕시의 경우 김성제 시장까지 현장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방제를 실시한 결과 아직까지 추가로 재선충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나무다.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솔가지를 끼운 금줄을 걸고, 혼례 때 초례청 상 위에는 소나무를 병에 꽂아 놓았다. 시인묵객들은 지조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예찬하고 즐겨 그렸다. 조선시대 사명대사의 ‘청송사(靑松辭)’란 시가 대표적이다.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에 모셨고 무덤 주변에는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와 함께 한 일생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멸종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따라서 소나무를 살리는 일을 국가적 사업으로 확대해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