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최근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뒷말이 무성하다.
19일 배구계에 따르면 KOVO는 한창 V리그가 진행 중인데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전임 심판을 해외 리그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규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채용 기준에 맞지 않는 경기운영위원을 선임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경기운영위원은 비디오 판독 때 경기장에 온 팬들에게 마이크를 들고 상황을 설명하는 경기감독관이다.
이 모든 일이 연맹 사무처 직원들의 반대에도 윗선의 묵인 또는 방조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연맹 소속 전임 심판 A 씨는 V리그 3라운드 중인 지난 11일 필리핀에 갔다가 17일에 돌아왔다.
전임 심판은 배구 경기의 주심과 부심으로 이번 시즌 V리그 남녀 경기에 투입되는 이는 총 9명이다.
주동욱 연맹 심판위원장은 “필리핀 측에서 아시아배구연맹을 거쳐 자국 프로리그 결승리그에 심판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중국 국제심판과 우리나라 심판이 필리핀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 교류를 활발히 하고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번 심판 파견을 폭넓게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V리그가 진행 중이고 예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심판을 다른 나라 리그로 보내는 게 과연 적절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일본은 자국 리그를 이유로 필리핀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 경기위원회는 또 최근 B 씨를 새로운 경기운영위원으로 선임했다. 문제는 B 씨의 경력이 연맹 경기위원 채용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연맹 정관을 보면 ▲2년 이상 국제 및 국내 대회에서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자 ▲국가대표 또는 실업선수 출신으로 국내 지도자 경력이 있는 자 ▲국가대표팀 지도자 직을 수행한 자 ▲국제배구연맹(FIVB), 아시아배구연맹(AVC)에서 인정한 자 등 4가지 항목 중 하나를 만족하는 사람을 경기운영위원장 추천을 받아 총재가 전임 경기운영위원 및 초빙 경기운영위원으로 임명한다.
정관의 국가대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를 의미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연맹 경기위원회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아닌 카타르 대표팀 지도 경력을 들어 B씨를 경기운영위원으로 선임했다.
규정에 모호한 구석이 있다면 각 구단 관계자와 연맹 사무국의 협의라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유권해석을 내리면 그만이나 연맹 경기위원회는 이런 과정을 무시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