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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쇳대박물관을 찾아서 2

 

 

 

쇳대박물관 입구에는 ‘최가 철물점’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최가 철물점’이라는 이름에서 친근하면서도 고집스런 장인의 냄새를 엿볼 수 있다. 지난번에 이어 빗장 여행을 이어가보자.

빗장은 4층에도 전시되어 있지만 3층 기획전시실에서 더 많은 빗장의 종류를 만날 수 있다. 빗장에는 반드시 기다란 막대를 걸 수 있는 둔테가 필요한데 이 둔테는 한 쌍으로 만들어 부착하였다. 그래서 빗장의 전시물들은 모두 한 쌍씩 셋트로 전시되어 있다. 거북등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것이 있는가 하면, 실제 거북등딱지처럼 모양을 한 땀 한 땀 새겨넣은 것도 만날 수 있다.

둔테의 모양은 물고기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늘 눈을 뜨고 있다. 그래서 늘 눈뜨고 집안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물고기 빗장에는 담겨 있다.

3층 기획전시실을 벗어나 다시 4층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4층의 빗장 코너에는 아프리카의 빗장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빗장은 거북과 물고기 같은 모양이어서 귀엽고 앙증맞은 반면 아프리카 빗장에서는 약간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빗장코너를 지나 한 칸씩 자리하고 있는 18개의 독특한 자물쇠를 마주한다. 고려시대의 자물쇠부터 조선후기 자물쇠까지 그리고 티베트와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의 외국 자물쇠까지 각각 독방에 자리하고 있다.

첫 번째 방에는 금동 용두형 자물쇠로 고려시대의 자물쇠이다. 자물쇠 양 옆으로 용의 얼굴을 형상화하였다. 두 마리의 용 얼굴은 각각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형상에 세밀하면서도 용의 위엄이 느껴지는 듯하다. 자물쇠의 아랫부분은 직선이 아닌 나선형이며, 표면에는 당초문이 새겨져 있다. 당초문양의 의미는 ‘끊임없는 지속성’이다. 한눈에 봐도 왕실에서나 썼을 법한 자물쇠로 고려왕실이 끊임없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 자물쇠에 담았으리라.

조선후기의 모란문 자물쇠도 만난다. 원통형 자물쇠로 아래 원통부분에 모란문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모란문양은 고려시대에도 사용되었지만 조선시대에는 궁궐은 물론이고 사대부에서도 즐겨 사용했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문양이지만 ‘화목한 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자물쇠의 주인은 부귀를 꿈꿨을까?, 아니면 화목한 가정을 꿈꿨을까? 그것도 아니면 부귀와 화목한 가정 모두를 희망했을까? 궁금해진다.

물고기모양 자물쇠도 만난다. 조선후기의 것으로 자물쇠의 모양자체가 한 마리의 물고기모양이다. 물고기 몸에 있는 비늘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표현해놓았다. 물고기는 조선시대 생활에서 종종 만나는 문양이다. 특히 민화에서 많이 만나게 되는데, 자물쇠의 문양으로도 사용되는 것을 보니 반갑다.

좀 더 옆으로 발길을 옮겨 단선형 열쇠패도 만난다. 꼭 엽전나무처럼 생겨 신기하다. 별다른 장식 없이 상평통보에 색만 입혔다. 엽전나무처럼 돈이 주렁주렁 열려 부족함이 없이 쓸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단선형 자물쇠에 담겨있다.

열쇠패는 각종 자물쇠를 여는 열쇠를 한군데 모아서 보관하는 지금의 열쇠고리와 같은 개념이다. 지금의 열쇠고리는 실용적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옛날의 열쇠패는 실용적인 것과 함께 혼수용처럼 장식용으로도 사용되었다. 혼수용 열쇠패는 별전이랑, 괴불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무척 화려하다. 이 화려함 속에도 가정의 화목이라던가, 번영, 출세, 부귀 등의 마음을 담았다. 그러고 보면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들 마음은 별반 변한 것이 없다.

지문인식, 안구인식 등 최첨단 디지털 열쇠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쇳대박물관은 어쩌면 낡은 시대의 유물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시대의 유물이 있어서 지금의 최첨단 열쇠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바쁜 요즘, 쇳대박물관에서 우리 삶에서 계속 채워야 할 것과 반대로 활짝 열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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