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황제의 궁궐, 덕수궁 1

 

 

 

새해를 맞아 가까운 덕수궁 산책에 나섰다. 여전히 덕수궁 앞은 차들로 붐비고 차가운 날씨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종종거리며 뛰어가듯 재빠르다.

덕수궁의 역사는 임진왜란으로 서울의 모든 궁궐이 불에 타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의주로 피난을 갔던 선조임금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머물만한 궁궐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월산대군의 후손의 집을 임시 행궁으로 삼게 된 것이 덕수궁의 탄생이었다. 당시에는 ‘정릉동 행궁’이었지만 선조임금의 뒤를 이은 광해군이 창덕궁을 재건하여 옮기면서 덕수궁은 ‘경운궁’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갖게 된다. 그러나 270여 년 동안 빈 궁궐로 남아 궁궐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덕수궁이 역사의 무대에 다시 등장한 것은 아관파천 이후다. 을미사변 이후 경복궁에 있던 고종임금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공사관으로 아관파천을 단행하였다. 이후 궁궐로 돌아오는데 경복궁이 아닌 덕수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임금은 어느 나라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주 독립 국가를 만들기 위해 나라이름을 ‘대한제국’이라 바꾸고 황제로 등극하였다.

그런데 ‘경운궁’이라는 이름은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왜 바뀌었을까? ‘덕수’는 순종황제가 아버지 ‘고종’에게 올린 존호다. 헤이그 특사파견으로 고종황제는 강제 퇴위되고 순종이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이후 창덕궁으로 옮겨간 순종황제는 고종 태황제에게 덕을 누리며 오래 사시라는 마음을 담아 ‘덕수(德壽)’라는 이름을 지어 올리는데, 이 때부터 경운궁은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고종황제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덕수궁 여행은 정문 대한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문은 다른 궁궐과는 달리 단층 건물이다. 덕수궁의 원래 정문은 대한문이 아닌 인화문이었다. 그러나 대한문 앞으로 도로가 나면서 인화문보다는 대한문이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덕수궁의 정문으로 자리하게 된다.

대한문 앞은 고종태황제의 승하로 황제를 추모하려는 백성들의 추모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던 곳이다. 당시 고종태황제의 죽음이 일본의 독살설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백성들은 더욱 분노하게 되고 대한문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3·1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다.

역사의 현장이었던 대한문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시대에도 여전히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다. 2002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응원이 대한문 앞 시청광장에서 있었고,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은 한 자루의 촛불로 대한문 앞에 모이기 시작했으며, 대한문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의 여론이 모이는 역사적인 장소가 되었다.

대한문을 뒤로 하고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 보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하마비를 만난다. 하마비는 신분이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 탈 것에서 내리라는 표지석이다. 원래는 문 앞에 위치해 궁궐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문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궁궐에 있는 유일한 하마비이다.

하마비 바로 옆에는 금천교가 놓여있다. 궁궐에 모두 있는 금천교이다. 그러나 덕수궁의 금천교에는 특이하게 엄지기둥 위에 서수가 아닌 연꽃 봉우리가 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연꽃 봉우리는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유교의 연꽃은 맑고 깨끗하게 물 위에 피어 있지만 물결이 간지럼을 태워도 늠름하게 그대로 자태를 지키고 있어 군자의 고고함에 비유되고 있다. 또한 연꽃은 멀리 있어도 그 향기가 전해지듯 군자도 산속에 있어도 속세로 진한 향기를 전하는 것이 비슷하여 연꽃은 학덕이 높은 군자와 때 묻지 않은 군자를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궁궐에 입궁하자마자 만나는 이 연꽃봉우리는 이 금천교를 지나 황제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에게 군자의 청빈함과 고고함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덕수궁 금천교의 연꽃봉우리가 시사하듯,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도 군자의 청빈함과 고고함으로 새해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