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상징 가톨릭회관
중구, 지난해 10월부터 철거
인천 최초 상영관 애관극장
경영적자로 매각 위기 처해
시민단체 “철거허가제 도입을”
역사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인천지역 건물들이 개발사업에 밀려 철거되거나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21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에 따르면 인천 중구는 ‘답동성당 주변 관광 자원화사업’ 추진을 통해 지난 해 10월부터 인천가톨릭회관을 철거했다.
지상 6층 높이로 답동성당(사적 제287호) 인근에 있어 경관을 해치고 시설이 노후돼 관광객 유인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구는 이 곳에 오는 12월까지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역사적인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곳은 지난 1977년 김병상 신부가 유신헌법 철폐 기도회를 주최했다가 구속됐던 장소다.
인천 5·3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노동자 대투쟁 등 당시 민주화운동의 집회장소로 활용됐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인천가톨릭 회관은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나선 천주교 사제들과 시민들이 활동했던 공간이었다”며 “건물 시설은 문화재 가치가 없지만 역사의 현장으로서 보존가치가 충분했는 데 철거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5월에는 송월동 일대 근대건축물 6개가 주차장 조성을 이유로 철거됐다.
이들 건물 중 지난 1902년에 건립된 붉은 벽돌의 건물 3개는 세제·비누제조업체인 ‘애경’의 모기업이 1912년 비누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이 건물들에 대해 가치가 있다’며 철거계획 철회와 학술조사 진행을 촉구했지만 구는 “보존 명분이 없다”며 철거를 추진했다.
뒤늦게 인천시는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 용역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들 건물들은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어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근에도 인천 최초 영화 상영관인 ‘애관극장’도 매각될 상황에 처했다.
현재 건물주가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입 금액이 현저히 낮아 고심하고 있으며 수 년간의 경영악화로 매각 처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관극장은 지난 1894년 한국 최초의 활동사진 상설관 ‘협률사’의 역사를 이어받아 1925년 ‘애관’으로 이름을 변경한 뒤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극장을 보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극장주가 극장을 없애고 다른 용도의 시설을 운영해도 막을 수가 없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건축물이 문화재 가치가 없더라도 많은 시민이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한 곳이라면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다”며 “그러나 이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철거되거나 매각되는 건축물이 많다. 50년 이상 된 건물에 대해 철거를 심의하는 ‘철거허가제’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