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이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는 등 `올인'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투표일인 15일 오후 6시를 시한으로 단식농성에 돌입한 정 의장은 당초 계획된 유세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13일 영등포당사에서 `정중동' 행보를 했다.
정 의장은 이날 비상선거대책위원회의에 앞서 위로차 방문한 김부겸 김영춘 송영길 안영근 이종걸 임종석 의원 등과 굳게 포옹하는 등 비장감마저 엿보였다.
정 의장은 `당원동지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40년을 지배해온 의회권력의 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있고,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의 염원도 무산될 위기에 있다"며 "탄핵세력의 국회장악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단식중인 소장파 후보들에게 "단식은 여러분 몫까지 내가 혼자 하겠으니 당장 모두 현장으로 달려가 달라"며 "마지막 한방울의 피와 땀과 눈물까지 쏟아내자"고 독려했다.
정 의장은 자신의 의장직 유지와 관련, "총선전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중심을 지키겠다.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총선전까지 의장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따라서 `총선성적표'에 따라 정 의장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과 `백의종군' 의사에 따라 `미련없이' 의장직을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김성호 의장비서실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탄핵세력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합쳐서 원내 과반의석을 점하게 되면 의장직을 던지겠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은 생각에)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핵심관계자는 "총선결과와 상관없이 어제도 당 의장까지 사퇴하려고 했다"며 "본인의 심경은 (총선후)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당은 이날 곧바로 김근태 원내대표 중심으로한 비상선거체제로 재편했다.
정 의장 대신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서 긴급기자회견과 비상선거대책위를 주재하고, 원톱으로 서울, 경기, 광주 유세에 매진했다.
선거 사령탑 지휘봉을 공동선대위원장인 김 대표가 넘겨 받음으로써 남은 이틀의 선거운동기간에 `정의장 유고'의 간극을 메우고 수그러든 탄핵불씨를 최대한 살려 이완된 당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겨냥한 다중포석의 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