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소용돌이가 귀청을 때리며 구멍을 낸다.
오늘 하루,
내 행적은 동그란 구멍에 빨려 들어
움푹 파인 형상으로 절룩거린다.
허리를 서산에 걸쳐놓은 세월이
핏빛으로 씨름하다가
또 하루가 숨넘어간다.
한해의 끝자락에 들어선 풍경은
창문너머로 울먹이고
지워져 버린 내 기억은
쏘아버린 화살이 되어
저만치 앞서 달려간다.
소설가의 시는 어떤 것일까? 시를 만나고서 필자는 그와 동행한 날을 그려본다. 날선 시간의 흐름을 디시 기억해 보는 것이다. 시를 쓰는 것은 집 잃은 아이가 제 집을 짓는 행위일 것이다. 시의 메시지는 더 깊고 성찰이 날카로워서 세상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고, 그 어머님은 전신을 다해 말을 건네기도 한다. 정갈하고 담백한 소설가께서 시간의 관념을 구체화하면서 회자하는 성찰의 늪으로 여행하는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울먹인 괴로움에도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익숙하지 않는 생의 노래를 자신에게 무한정 던지고 반문한다. 시인의 사유에 빛나는 것은 긍정과 행복이라는 두 축의 시학임에 시인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수원과 아산을 오고가며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일들을 게을리 하지 않는 시인의 운율적인 격조가 이어지는 시를 만날 수 있는 큰 기쁨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