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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방화수류정의 십자문양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인 방화수류정에는 의문의 십자문양이 86개나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십자문양이 있는 이유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수원화성을 설계한 정약용이 천주교 신자여서 그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가끔 이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정약용의 설계에 아니리고 보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천주교의 선두주자인 정약전, 정약종, 이벽, 이승훈은 정약용의 가족과 친척이었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당시 정치 사회적으로 천주교를 탄압하던 시절이라 벼슬을 하던 정약용을 보호하고자 다산을 배제하게 된다. 다산 또한 정조와 관계 때문인지 종교적 활동은 보이지 않아 그를 천주교인이라 보기 힘들다. 다산이 화성의 기본설계를 하지만, 여기에는 각루가 계획되지 않았고 각루는 다산과 관계없이 정조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다. 당시 천주교의 탄압과 다산의 사상 및 기본설계도의 내용을 종합하면 그와 십자문양의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십자문양의 근거를 이름에서 찾아보자, 방화수류정(訪華隨柳亭)의 뜻은 홍재전서에 기록되어 있다. ‘꽃이 핀 산과 버들이 늘어진 냇가의 뜻을 취한 것이다.’라 하는데 십자 문양과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동북각루(東北角樓)인데 여기서 찾아보자, 각루(角樓, 十字閣)는 왕궁이나 고대 사찰에서 그 형태를 만날 수 있다. 각루의 위치는 두 군데로 하나는 주 건물이 있는 마당에서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용도이고, 또 하나는 전체의 모퉁이에 위치하여 경계와 위엄을 나타냈다.

왕궁의 내부에 위치하는 각루의 유구는 남아 있지 않으나 기록에는 남아있다. 경복궁은 태조실록 태조 4년(1395) 9월 25일에 ‘전문(殿門) 3간은 정전(正殿)의 남쪽에 있고, 좌우 행랑 각각 11간과 동(東)ㆍ서각루(西角樓) 각각 2간이다’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 각루는 광화문의 좌우 담장 끝에 있는 동·서십자각과 다르다. 이곳에는 중국 황제를 대신하는 궐패(闕牌)를 보관하였던 것 같다. 지방 객사에는 왕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신 것과 같은 의미라 하겠다.

창덕궁의 인정전 앞에도 십자각이 임진왜란 이전의 그림인 만력임오합사계회도(萬曆壬午合司契會圖)와 은대계회도(銀臺契會圖)에 보인다. 그림에서는 2층으로 십자각 지붕 형태를 하고 있다. 이 건물은 임난 시기에 소실되고 복원되지 않았다.

왕궁의 외곽담장에 현존하는 것은 경복궁의 광화문 동쪽에 남아있는 동십자각과 창경궁 홍화문의 좌우에 있는 남·북십자각이다. 중국의 사례로는 자금성(紫禁城의 네 모퉁이 각루가 정사각형 평면에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각루의 특징은 방향이 X, Y 양방향을 정면으로 하여 십자 평면을 하는 것이다. 이런 평면 때문이지 ‘십자각’이라는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고대 사찰의 사례를 살펴보면 궁궐과 다르지 않다. 황룡사의 발굴 자료를 보면 마당 중앙에 9층 목탑이 있고 정면 좌우에 십자각 흔적이 보인다. 이 건물의 용도는 경루(經樓, 경전을 보관하는 누각)와 종각으로 추정하고 있다.

1880년 대원군에 의해 복원된 경복궁의 건물은 지금 몇 개 남아 있지 않지만, 다행히 동십자각에서 동북각루(방화수류정)의 십자 문양의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육축 위 단층 건물로 정사각형 평면이다. 여기서 자세히 살펴볼 것은 여장(낮은 담)에 있는 문양인데 바로 십자 형태이다. 디자인의 원리 중 중요한 것이 통일성으로 십자각건물에 평면과 입면 등 문양에 십자 형태를 사용하는 지긋이 당연하다.

종합하면 방화수류정은 별칭으로 원래 이름은 동북각루다. 각루는 왕궁과 사찰에서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장소나 모퉁이에 설치되었으며 십자 형태로 만들어져 십자각이라고 하였다. 동북각루의 86개 십자문양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루(십자각)를 상징하는 십자의 문양을 디자인을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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