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가 후배 문인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고은(85) 시인의 명예박사 학위 박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신대에 따르면 한신대는 지난 2015년 2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와 역사, 문화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해 고은 시인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러나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그가 후배 문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학교 측은 그의 명예박사 학위 박탈 여부를 두고 조만간 논의하기로 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교무회의에 해당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교무회의에는 총장과 각 대학장 등이 참석하며 2주에 한 번 열린다.
한신대 관계자는 “고은 시인 관련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음 교무회의 때 명예 학위 박탈에 대한 안건이 논의될지, 그다음 교무회의 때가 될지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신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은 시인에게 수여된 명예박사 학위 박탈을 촉구하는 서명을 진행해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성범죄를 저지른 고은은 더는 명예롭지도 않고 예술을 하는 시인도 아니다”라면서 “학교는 그의 명예박사 학위를 박탈해 성범죄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원시는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돼 있던 고은 시인의 추모 시비(가로 50㎝·세로 70㎝)를 철거했으며, 팔달구 한옥기술전시관 뒤편 시유지 내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도 철회하는 등 각 지자체와 기관들이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상태다.
/오산=지명신기자 m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