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충북 음성의 한 오리 농가가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월 9일 충남 천안의 산란계 농가를 마지막으로 잠잠했었는데 34일 만에 재발한 것이다. 18일 경기도와 충남에서 잇달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I는 충남과 경기도까지 급속 확산되고 있다. 고병원성 AI 의심징후를 보인 가금농가 중 경기 평택과 양주, 충남 아산 농가 3곳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가 확인됐다.
잡히는 줄 알았던 AI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확산된 원인은 무엇일까? AI 발생 사례가 감소하면서 이달 초부터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방역당국은 이때부터 외부로 배출된 분뇨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분뇨에 남아있던 AI 바이러스가 이동하면서 확산됐을 거라고 추측한다. 야생철새의 이동도 AI 확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철새가 북상하고 있는 요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AI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초동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평택과 양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역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철새들의 북상 때 꼭 거쳐 가는 이동경로여서 AI 확산 우려가 크다. 이에 지난 19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 행정1부지사와 관계 실·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AI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남 지사는 철저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다 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는 1천465농가에서 1천964만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 안성·여주·이천·용인·화성지역에 ‘AI 특별경계령’을 발령하고 시군별로 방역을 강화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17일부터 현재(19일)까지 고병원성 AI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580만4천마리다. 2016년엔 11월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불과 35일만에 2천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2014년 1월~2015년 11월까지 1천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악몽이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강력한 방역’인 ‘살처분’만 거듭해야 할 것인가? 얼마 전 선문대학교 연구진이 AI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출산 후 1~2주 이내의 초유에 함유된 미량의 면역성분 물질인 시알릴락토스가 AI 감염을 차단하는 실질적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이 성과를 거둬 AI가 소멸한다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방역·살처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연구를 적극 지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