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라는 구호가 등장하더니 급기야 ‘한명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라는 표어까지도 나타났다. 셋째 아이 이상 출산 시에는 의료보험 혜택도 주지 않았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받으면 훈련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1980년대 얘기다. 어째서 당시 그 잘났던 우리나라 정부 고위 관리나 정치인, 그리고 소위 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미래의 부작용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국가의 앞날까지도 걱정되는 지금, 중앙정부나 각 지방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70년대에 연간 100만 명 정도였던 출생아는 2017년 말 현재 35만7천70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1년 전 4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합계 출산율은 1.05명으로 초저출산국이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 최저 국가가 됐다. 원래 우리나라는 2032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 상태라면 2028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저출산이 위험한 것은 잠재 성장률이 저하되고 인구가 적은 지방정부의 소멸, 수많은 학교 폐교 등 미래사회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산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말로만 ‘애국자’ 운운할 것이 아니라 다자녀 가정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얼마 전에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에 있는 7자녀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의 어머니 김모씨는 “많은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보다 좋은 일이 훨씬 많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육아의 어려움을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퍽 긍정적인 시민이다. 이 가정의 월소득은 210만원으로써 부부와 7자녀 등 9명이 방 2개짜리 다가구주택(월세 30만원)에 살고 있다. 따라서 육아비와 교육비만 해도 빠듯할 것이다. 아마도 사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진정 다자녀 가정을 애국자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자녀 가정 형편에 따른 생활비 지원을 비롯, 학습지원프로그램이나 가사지원도우미 등 실질적인 다자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실효성 없는 정책에 예산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주거와 기초적인 생활 보장 등 실효성 높은 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정부와 지방정부의 다자녀 가정 지원을 단순한 복지차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