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오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지 2년 반 만이다.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문제가 공통의 관심사로 부각된 시점에서 열리기 때문에 여기에 쏠리는 국제사회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청와대는 이번 회의에 앞서 의제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 국은 남·북·미 3자이지만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역할은 크고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로 정상회의는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서 3국 간 실질협력의 발전 방안을 중점 협의하는 장이어야 한다.
예전만 같지 않다고 하지만 ‘혈맹’인 북·중 관계에 비춰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종국적으로 이행하도록 추동해야 할 중심 국가이다.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추진을 천명하며 명기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문구 때문에 ‘종전선언 차이나 패싱’ 우려도 중국에선 고개를 들고 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방북, 중국 역할을 재확인하려는 것도 이런 고심과 맞물려 있다. 정부로서도 중국의 소외감을 더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판’을 더 키워 남북미 간 합의를 다자의 틀로 확대하려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반면 한반도 정세의 급진전에 불안감을 느껴온 일본 정부의 계산은 복잡하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봄’에 어깃장을 놓는 입장을 보였던 터였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후 비핵화·평화 구도의 전환에 발맞추는 쪽으로 돌아섰고, 아베 신조 총리는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북한과의 대결프레임에 갇혀 ‘재팬 패싱’을 자초하기보다는 대화 흐름에 함께 하는 일본의 입장 선회는 반길 일이다. 북한이 향후 개혁·개방의 길로 나올 경우 대북 경제 지원과 경제 협력 분야에서 일본의 역할은 적지 않다.
따라서 3국 정상회의는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넘어 궁극적으로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 구상까지 시야에 넣어야 한다. 동북아 질서를 한·미·일과 북·중·러가 맞서는 신냉전 대치구도에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질서로 바꾸는 씨앗이 3국 정상회의에서 뿌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