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에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의 ‘공사장 갑질’ 의혹까지 정식 수사에 착수하면서 한진 일가 모녀가 동시에 경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경찰이 피해자 조사를 모두 마치는 대로 이씨를 소환한다는 방침이어서, 딸인 조 전 전무에 이어 이씨 역시 경찰서 포토라인에 서게 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호텔증축 공사장 관계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행을 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씨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공사장에서 관계자들을 손찌검하는 모습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공사장 갑질 영상’ 속 여성은 이 이사장이 맞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공식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4년 5월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공사장에서 찍힌 해당 영상에 나오는 관계자들을 최근 불러 조사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영상에서 이 이사장에게 어깨를 밀쳐지는 등 수차례 손찌검을 당하는 것으로 나오는 ‘흰색 안전모를 쓴 여성 작업자’ 신원을 파악해 피해 진술을 확보했다.
해당 피해 여성은 “이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직원들도 경찰 조사에서 “영상 속 여성이 이명희 이사장이 맞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경찰은 우선 이 이사장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다음,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상 속 범죄사실에 관해) 이명희 이사장이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운전기사·가사도우미·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에게 수시로 심한 말이나 손찌검을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이 이사장 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우 종이컵에 든 음료를 맞았던 피해자 2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금주 내 검찰로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인천=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