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
/이해존
담쟁이 넝쿨이 외벽을 올라탄다
전속력으로 밀려오는 바람에
뒤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매달려 펄럭인다
뒤돌아보다 상체가 젖혀진 것들
횡단하던 리듬을 잃는다
가랑이가 차창 불빛을 머리부터 잘라 먹는다
불빛이 박혀들 때마다
이파리들,
물방울 털어내는 고양이처럼 몸서리친다
질주하던 불안이 빠르게 미끄러진다
저만치 새어나오는 불빛이 초점을 흐린다
천장 불빛이 꼬리를 흔들며 흩어진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불빛이 신음 소리를 낸다
어둠을 들이박는다
먹먹한 경적 소리 터널을 휘젓는다
담쟁이 넝쿨 한쪽이 도로 한가운데 떨어져 있다
묵은 겨울을 내보내는 봄바람이 무척 매서웠다. 벚나무가 출렁거리면서 한꺼번에 흰 꽃들을 쏟아냈는데, 그때마침 내 몸에서도 무엇인가 불쑥 빠져나갔다. 온몸을 흐르던 몇 그램의 온기와 젖은 땀 냄새였다. 놓치지 않으려고 우악스럽게 움켜쥐었지만 전속력으로 밀려오는 바람은 더 크게 울며 나를 밀어냈다. 그때 시인이 본 것은 외벽을 올라타는 담쟁이 넝쿨의, 작지만 악착같은 생(生)의 의지다. 떨어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담쟁이 넝쿨의) 불안은 우리가 처한 실존이다. ‘질주하는 불안’은 저 바람처럼 우리의 삶을 고독과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가. 그러나 이파리의 악력(握力)은 더 강하다. 그 힘으로 담쟁이는 외벽을 올라타는 것이다.
/박성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