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뼈를 벽에 걸다
/이해원
꼬리뼈가 탈이 났군요
꼬리 한 번 흔든 적 없는 데 꼬리가 있다니
내 전생은 짐승이었나
꼬리뼈를 만져본다
사라진 흔적이 남아 있다
꼬리는 언제 퇴화했을까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방 안을 기어 다녔고
망아지처럼 들판을 뛰어다녔다
달리기를 잘하고 당근을 잘 먹는 나는
어쩌면 말이 아니었을까
히잉 투레질을 하며 말 걸음을 흉내 낸다
저릿저릿 통증이 퍼진다
낮게 엎드린 계단이 발을 걸고 세상의 길이 꽉 막혔다
몸 밖으로 비명이 튀어나온 날
숨어있던 꼬리뼈가 나를 받아 주었다
보이지 않는 꼬리뼈가 내 몸의 의자였다
-시집 ‘일곱명의 엄마’
인류의 기원을 700만년~500만년 전으로 볼 때 최초의 조상으로 회자되는 라마피테쿠스 이후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까지 인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늘 궁금하다. 정말 우리의 먼 조상들에겐꼬리가 있었을까? 직립원인으로 진화하면서 꼬리의 기능이 필요치 않아 퇴화했을까? 그 먼 기억을 붙들고 아직도 꼬리뼈는 대대손손 그 흔적을 대물림하는 것인가? 혹시 그 꼬리를 가졌던 업보로 짐승처럼 버거운 짐을 짊어지고 강파른 세상벌판을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과부하가 걸린 꼬리뼈가 드디어 탈이 나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뼈로 인해 더 난감해지는 비탈길을 비켜 달릴 수 있는 것이겠거니 여기는 시인의 위트 있는 역설이 돋보인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