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의로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방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회담결과를 직접 발표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에게는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전격적인 만남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통보는 김계관·최선희 두 북측 외무성 부상이 드러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이 이에 대해 언제든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남북 정상의 만남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중재역할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던 이면에는 아예 대화의 판을 깨려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당초부터 대두되기는 했다. 트럼프의 협상기술이었다는 예상은 북한의 반응를 본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날짜와 장소의 변동 없이 회담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데서 알 수 있었다. 회담취소를 통보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를 달라”며 일말의 회담 재개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같은 외교 롤러코스터를 벌이는 것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발파가 보여주기 행사로 북한의 비핵화 실천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북미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길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으로 꺼진 듯했던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불과 하루이틀만에 남북정상의 만남 등으로 인해 되살아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할 게 분명하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로 상징되는 즉각적인 핵폐기를,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이라는 점진적 조치를 각각 내세워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질지 아니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의 역할은 더 커보인다. 한반도의 평화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마는 인내심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