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헌법 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88조 1항은 합헌으로써 병역의무 회피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이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2019년 연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헌재의 이 결정은 국민들이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함께 지킬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전쟁 없는 세상·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군인권센터 등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주장해온 단체들과 이로 인해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대체 복무제 도입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북 분단을 이유로 억눌리고 침해됐던 인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본란(2018.05.18.)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20대 청춘기를 군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요즘말로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실제로 2016년 국제앰네스티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조사한 결과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안된다’는 응답이 52.1%였다.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은 병역거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 시점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 대표의 “국가를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숭고하듯이 전쟁과 살상을 반대하는 양심 또한 숭고한 것이다. 이제는 두 가치가 모두 보장될 수 있는 정의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를 악용, 병역기피 현상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불식되도록 대체 복무제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