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부대 행사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민간봉사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가끔 미군부대 행사에 참여한다.
지난주에는 미 육군 용산기지 사령관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의장대의 사열과 애국가와 미 국가 연주 후, 한 여성 민간인이 부대기를 전 지휘관에게 인수받아 새로 부임한 지휘관에게 전달했다. 이 여성은 전 세계 미군의 해외기지를 관리하는 기지관리사령부의 2인자 지위에 있으면서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관장하는 태평양 지부장으로 육군소장급 예우를 받는 알텐도르프 박사였다. 토목공학 박사이면서 미 육군 공병단 등에서 기술 및 계획관리 부문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군부대의 전력 강화를 위해 능력있는 민간의 잠재력을 대폭 수용하고 있는 미국의 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미군기지 책임자는 현역군인이 맡지만 관리와 조직을 담당하는 2인자는 대부분 민간전문가를 임명하여 조직 효율을 높인다고 한다.
이번에 용산기지에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흑인여성이다. 미 육사를 졸업하고, 중요한 육군 보직을 20년 이상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를 통해 성별·인종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시스템이 사회통합과 인적능력의 극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1년여 전에 부산에 정박한 항공모함 로날드 레이건호를 승선·견학한 적이 있었다. 방문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젊은 공보담당자는 “고액 연봉 받으면서 월스트리트에 근무할 수도 있는데 국익과 자유세계를 지키는 것이 보람있는 일로 생각되어 힘든 항공모함 근무를 자원하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애국심과 자부심을 가진 젊은이가 많고,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제도적장치가 미국의 힘으로 느껴졌다.
또 미군 행사 때마다 느끼는 색다른 점은 부대 지휘관과 주임원사를 동급으로 대한다는 점이다. 부대 지휘관과 원사는 계급 상으로 큰 차이지만 나란히 같은 위상으로 행사를 주관한다. 전투에 몸을 던져 싸우는 사병 대표로서의 긍지와 가치를 국가와 조직이 인정해 주는 것이다. 군대의 사기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민간의 뛰어난 능력 흡수, 출신 구분 않는 인재 등용, 계급을 떠난 예우와 진한 동지애 등이 과학기술과 경제력이 뛰어난 미국의 군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세계 10위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군의 관리효율제고, 인재관리, 사기진작 측면에서 미군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의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발전시키는 일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6·25전쟁, 경제발전, 외환위기 극복 등의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 무조건 도와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소용없다. 의지만 하려는 상대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돌출적 반미 행동은 더욱 바람직스럽지 않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면서 장기적 안목과 유연한 자세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되, 의회·군부·언론·기업 등 다양한 채널로 미국과 소통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스스로 전력을 강화하고 자립하는 결연한 자세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