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 이는 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SNS에 쓴 글 중의 일부이다. 이 부분만 놓고 봤을 때 틀린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일부 종교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도 ‘살인’으로 규정하면서 죄악시하고 있다.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 글이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자살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러한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다. 자살을 미화하는 풍토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래서 홍 전 대표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은 “누구도 노 원내대표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면서 “홍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며 “죽음을 미화한다느니, 그런 것은 정상사회가 아니라느니 훈계조로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거나 그런 가치관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갖는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은 인터넷에서도 발견된다. 한 네티즌은 “어떤 사람은 몇 십억 횡령하고 뇌물 받고도 ‘나는 한 점 부끄럼 없다’며 살아가는 것과, 어떤 사람은 불합리한 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죄’라며 용서를 구하며 자살한 것, 두 가지 중 누가 옳다 할 수 있는가”라며 홍 전 대표를 반박했다. 노회찬의원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가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해 노동운동과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일관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빈소에 조문객의 줄이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자살이 미화되는’ 것을 바라진 않지만 죽음 앞에서 예의는 지켜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