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5 (토)

  • 흐림동두천 19.5℃
  • 흐림강릉 16.5℃
  • 흐림서울 19.9℃
  • 흐림대전 19.5℃
  • 흐림대구 19.1℃
  • 구름많음울산 19.6℃
  • 맑음광주 21.7℃
  • 구름조금부산 20.8℃
  • 구름조금고창 ℃
  • 맑음제주 21.8℃
  • 흐림강화 18.5℃
  • 흐림보은 17.9℃
  • 구름많음금산 19.1℃
  • 구름조금강진군 22.1℃
  • 구름조금경주시 20.9℃
  • 흐림거제 20.0℃
기상청 제공

[삶의 여백]품위 있는 생활

 

 

 

유럽 사람들은 뜰이 없는 집일지라도 여러 가지 꽃을 심은 화분을 창밖에 걸어 놓는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둔 작은 집에도 정성 들여 걸어 놓는다. 본인이 좋아서 취미로 기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배려로 그리한다. 그들은 행동 또한 느긋하여 여유롭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부러울 정도로 품위 있는 생활을 한다.

외국 여행하는 그룹 중에 중국과 일본, 한국 여행객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몹시 시끄러우면 중국 여행객이고, 질서를 잘 지키고 조용히 안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일본 여행객이다. 그런데 한국 여행객은 멀리서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 여행객은 유럽의 번화한 거리에서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기 때문이다.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여행객의 옷차림에 의아해한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여행객은 도시와 산을 구별하여 복장을 착용한다. 도시나 평지를 여행할 때는 평상복 차람이지만, 산을 등산할 때는 등산복 차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리나 로마의 유명 명소나 박물관에서도 등산복 차림이니 그럴 만 하다.

유럽 사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정장 차림이 관례다. 따라서 여행 중이라도 만찬은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 풍습에 젖은 사람들이기에 우리나라 여행객의 옷차림이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어느 기업체에서 단체 여행을 갔는데 만찬을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등산복 차림인 데다 요란하게 떠들어 레스토랑에서 이후 한국 여행객은 받지 않겠다고 여행사에 통보하였다니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라서 산악국가로 분류한다. 그러기에 쉬는 날엔 등산객이 많다. 어느 해부터인지 예쁜 등산복에 등산화가 등장하더니 근래에는 찬란한 색깔의 고급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이 유행이다. 너도나도 유명 상품의 값비싼 등산복을 자랑으로 여긴다.

옷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조건에서 생겼다. 그러던 것이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기능과 멋을 가미하여 유행을 만들었다. 유행은 시대를 반영한다. 유행은 피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앞장서서 조장했다. 지금은 격식 없이 자기 편한 대로 옷을 입는 시대다. 그러나 전철이나 도시의 거리, 식당에서도 등산복 차림으로 활보한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고, 평상복과 작업복, 등산복을 구별하여 입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격식에 걸맞은 옷은 가정에 넘쳐나지 않는가.

어느 지역의 여성들이 한때 품위 있는 생활을 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남들이 선호하는 곳에서 대부분 여유 있게 살기에 그에 걸맞은 생활을 하자는 것이었다. 거리를 깨끗이 하고 규칙을 잘 지키며 말과 행동을 품위 있게 하여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지속하였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며 품격 높은 생활을 하자는 그 취지가 대단하다.

스위스 융프라우 만년설에는 하루에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인공 얼음 터널을 지나 만년설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함이다. 나는 그 환상적인 모습에 가슴이 마구 울렁거렸다. 때 묻지 않은 하얀 눈 위에서 한참 취한 후 전망대 매점을 지나 내려서다가 그만 섬뜩하여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쪽 시멘트벽에 한글로 남녀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지 않은가. 멀고 먼 외국의 산에서 우리글이 반가운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 높은 곳에 어찌 페인트를 가지고 왔으며, 자기들의 이름을 그곳에 남겨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도 경제적인 수치로는 선진국에 접어들었다고 자랑한다. 그렇다면 생각과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인의 위상을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그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 때다. 의젓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위해서.

 









COVER STORY